
[뉴스서울] 지리산(智異山)은 휴전선 이남 내륙에서는 가장 높은 해발 1,915m의 명산으로 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에 걸쳐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이다.
지리산에는 셀 수 없는 많은 봉우리가 있는데 서쪽으로부터 동쪽까지 노고단(1,507m), 반야봉(1,732m), 삼도봉(1,499m), 토끼봉(1,534m), 덕평봉(1,522m), 칠선봉(1,558m), 영신봉(1,652m), 촛대봉(1,703m), 연하봉(1,712m), 제석봉(1,806m), 천왕봉(1,915m), 중봉(1,875m) 등 해발 1,500m 이상의 봉우리만 20여개 정도 되고 이름을 가진 해발 900m 이상의 봉우리까지 다 합하면 70여개가 넘는다.
지리산 산행의 백미는 ‘종주산행’이라고 할 것이다. 보통 “주능선 종주코스”가 유명한데 서쪽 전남 구례군 산동면 성삼재에서 시작하여 노고단대피소 - 노고단 - 임걸령삼거리 - 노루목 - 화개재 - 토끼봉 - 연하천대피소 - 벽소령대피소 - 선비샘 - 덕평봉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대피소 - 세석평전 -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대피소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에 다다른 뒤, 법계사를 거쳐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로 하산하거나 장터목대피소로 되돌아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의미한다.

다만, “주능선 종주코스”보다 조금 난이도가 있는 종주코스로 “화대종주”코스가 있는데 구례 화엄사에서 노고단에 오른 뒤 주능선 코스로 합류하여 종주산행하고 천왕봉에서 동쪽으로 중봉 - 치밭목대피소 - 치밭목 - 유평삼거리 - 대원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말한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 이래로 거의 매년에 한번 이상 지리산 종주산행을 하였으며 어떤 해에는 1년에 5번이나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 적도 있었다. 지리산 종주산행은 필자에게는 매번 지나온 삶의 궤적을 반추하며 나아갈 방향과 다짐을 굳게 하는 걷기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발걸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2년 전부터 지리산국립공원 내 대피소를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지리산 종주산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쉬운 마음에 필자는 지리산 종주산행을 대체하는 당일치기 지리산 산행코스로 이번에 “백무동 - 장터목대피소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칼바위 - 중산리” 코스를 산행하기로 계획하였다.
지난 4월 15일 금요일 퇴근 후 서울남부터미널에서 육군학사장교 동기 지호와 만나 간단히 저녁식사를 한 뒤 남부터미널에서 저녁 7시 40분에 출발하는 백무동행 함양지리산고속버스에 탑승하였다. 버스는 경부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함양 서상면, 함양읍, 남원 인월면, 함양 마천면을 지나 저녁 11시 10분경 백무동에 도착하였다.

백무동에서 필자는 사전에 예약해 둔 민박으로 이동하여 간단히 손과 발만 씻고 내일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위해 취침을 하였다.
다음 날인 4월 16일 토요일 새벽 4시 30분경 일어나 가볍게 세수와 양치를 한 뒤 민박에서 차려 준 된장찌개와 산채 밑반찬으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하였고 민박집에서 싸준 유부초밥 도시락을 건네받고 민박집을 나섰다.

오전 5시 45분 ‘백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본격적인 지리산 백무동 - 천왕봉 - 중산리 산행을 시작하였다. 백무동 탐방지원센터 바로 위에는 ‘백무동야영장’이 있었는데 백무동야영장에서 우측방향은 가내소폭포를 거쳐 세석대피소로 가는 길이고, 좌측방향은 참샘을 거쳐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이다. 필자는 백무동야영장에서 좌측으로 장터목대피소 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백무동탐방지원센터에서 약 50여분 정도 돌계단과 바위 등으로 이루어진 경사가 급한 산길을 힘들게 올라 오전 6시 36분 ‘하동바위’에 도착하였다. 하동바위에서 잠깐 동안 숨고르기를 하며 휴식을 취한 후 계속 오르막 산행을 하여 오전 7시 14분 ‘참샘’에 도착하였다. 참샘의 시원한 물맛은 오르막 산행으로 지친 심신을 적셔 주었다.

참샘에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행을 재개하였는데 30분 정도 걸어서 오전 7시 44분 ‘소지봉’에 도착하였다. 백무동에서 소지봉까지 구간은 돌계단이 많고 산행 초반부터 경사가 심한 난이도 있는 코스이다.
소지봉에서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였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지봉 능선길을 걸어 오전 9시 17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소지봉에서 장터목대피소까지 등산로는 돌계단과 나무계단을 따라 연결되는 흙길이 펼쳐져 있어서 백무동-참샘 구간보다는 상대적으로 힘이 덜 드는 코스이다.

‘장터목’은 경남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옛날 서로 물건을 사고 팔던 장이 서던 곳이라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장터목 해발 1,653m 높이에 1971년 ‘지리산산장’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장터목대피소는 지금은 지리산 천왕봉을 등산하려는 사람들이 널리 이용하는 하늘 아래 첫 대피소로 유명하다. 필자도 예전 지리산 종주산행 때 장터목대피소에서 1박을 했던 때가 어림잡아 삼십여 번 이상 되는 것 같다.
장터목에서는 북쪽으로 함양군 시천면 백무동의 풍경이 한눈에 조망된다. 필자는 장터목대피소 나무벤치에 앉아 1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면서 세석대피소 방향으로 펼쳐진 촛대봉, 연하봉 등 셀 수 없이 펼쳐진 산봉우리들의 향연을 맘껏 감상하였다.

오전 9시 32분 장터목대피소에서 천왕봉을 향해 산행을 재개하였는데 약 20분정도 걸어서 오전 9시 56분 지리산 고사목의 낙원으로 알려진 ‘제석봉’에 도착하였다. ‘제석봉’은 1950년대까지는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였으나 도벌꾼들이 불을 질러 그 뒤로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고사목’은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는 무상한 세월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징이 되고 있다.
제석봉을 지나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 일컫는 ‘통천문’을 지나자 칠선계곡 상단부가 나타났고 그곳에서부터 경사가 아주 심한 나무계단과 바위길을 올라 오전 10시 47분 지리산 천왕봉 정상(해발 1,915m)에 도착하였다.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마디로 “일망무제”였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펼쳐진 아득히 멀고 넓은 산자락과 들판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호쾌하다. 이러한 탁 트여진 호쾌한 풍경을 감상하려고 그 힘든 산행을 하여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올라오지 않았던가?
여느 때도 그랬지만 천왕봉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필자도 20여분을 기다려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에서 인증사진을 찍었는데 정상석 뒤편에는 “韓國人(한국인)의 氣像(기상), 여기서 發源(발원)되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천왕봉 정상에서 가슴 벅찬 사방 풍경을 온몸으로 만끽한 뒤, 오전 11시 10분경 중산리 코스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15분 정도 급경사의 나무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천왕샘’에 도달하였고 천왕샘 하단 나무벤치에서 유부초밥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는데 천왕봉을 바라보며 먹는 유부초밥은 꿀맛이었다.
30여분간 점심식사를 한 뒤 다시 하산산행을 재개하였고 오후 12시 12분에 ‘개선문’ 바위를 통과하였고 오후 12시 46분에 ‘로타리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로타리대피소 바로 위측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발 1,400m)한 절인 ‘법계사’가 있다. 법계사는 신라 진흥왕 때 연기조사가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해인사의 말사이다.

로타리대피소에서는 좌측으로 순두류로 가는 길과 우측으로 칼바위로 가는 길이 나뉜다. 필자는 우측 칼바위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였고 오후 1시 16분 ‘망바위’를 거쳐 오후 1시 50분 ‘칼바위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잠시 동안 호흡을 고른 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오후 2시경 ‘칼바위’에 도착하였다. 등산로 바로 옆에 뾰쪽한 칼처럼 바위가 곧추 서 있어서 ‘칼바위’라 이름 지어졌다한다.
발걸음을 재촉하여 하산길을 계속 내려가 오후 2시 30분경 중산리 탐방안내소에 도착하였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는 중산리터미널까지는 거리가 약 1.6km 정도여서 생각보다는 길다. 중산리 탐방안내소에서 아스팔트 포장길로 약 30여분 정도 걸어 내려가 오후 3시 중산리터미널에 도착하여 지리산 천왕봉 산행을 끝마쳤다.

이번 지리산 백무동 - 천왕봉 - 중산리 코스 산행거리는 14.74km 였고, 전체 산행시간은 휴식시간 및 점심식사 시간을 포함하여 9시간 17분 소요되었다.
# 산행 코스 : 백무동탐방지원센터(05:45) - 하동바위(06:36) - 참샘(07:14) - 소지봉(07:44) - 윗 소지봉(08:27) - 장터목대피소(09:17 ~ 09:32) - 제석봉(09:56) - 통천문(10:25) - 칠선계곡상단(10:37) - 천왕봉(해발 1,915m, 10:47 ~ 11:10) - 천왕샘(11:23) - 천왕샘하단(11:25 ~ 11:55, 점심식사) - 개선문(12:12) - 로타리대피소(12:46 ~ 12:54) - 망바위(13:16) - 칼바위상단(13:21) - 칼바위삼거리(13:50 ~ 13:57) - 칼바위(14:01) - 중산리탐방안내소(14:31) - 중산리터미널(15:00)

중산리터미널에서 버스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편의점에서 수제맥주 1캔을 사서 마셨는데 산청군 내에서 생산되는 독특한 풍미의 수제맥주였다. 힘든 산행 후 갈증이 난 상태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의 시원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청량함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중산리터미널에서 오후 3시 35분에 출발하는 서울남부터미널행 직행버스에 탑승하였고 3시간 50분 정도 걸려 오후 7시 25분 서울남부터미널에 도착한 뒤 지하철 등으로 환승하여 오후 8시 30분경 귀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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