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공직가치의 새 기준은 '무한 헌신'에서 '수평적 연대'로"

신규 공무원 이직 의향 45.2%… 전문성・상호 존중・합당한 책임 중심의 조직문화 필요

최현준 기자

webmaster@newsseoul.co.kr | 2026-10-29 08:35:15

▲ 경기도청
[뉴스서울] 경기도 공직사회가 시대 변화에 맞춰 공직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과거처럼 공직자의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조하기보다 전문성을 키우고,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 존중하며,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수평적 연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공직가치의 진화: 수직적 책임에서 수평적 연대로’ 보고서에서 광복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와 경기도 지방자치 30여 년의 흐름을 살펴보고, 미래 공직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공직가치는 시대에 따라 크게 네 단계로 변화했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민을 보살피고 이끄는 ‘목민의 시대’였으며,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에는 주민을 고객으로 보고 성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의 시대’가 열렸다. 이후 도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복의 시대’를 거쳐, 2020년대에는 도민과 공직자를 동등한 관계로 바라보는 ‘동료 시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직사회 구성원의 가치관에서도 나타난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가운데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2022년 45.2%로, 전년 33.5%보다 11.7%포인트 증가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2022년 조사에서는 MZ세대 공무원 10명 가운데 8명이 공무원을 경제적 편익을 추구하는 직장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직의 안정성과 공익 실현이라는 가치뿐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 공정한 보상,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도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공직자의 역할을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거나 지시를 이행하는 데서 벗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도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공론화, 주민참여예산,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정책의 설계와 결정 과정에 도민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 공직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임용 초기부터 경력경로를 설계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 공직자가 현장 대응과 이해관계 조정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항과 그 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리자가 지시와 감독을 넘어 실무를 이해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셋째, 무한 책임이 아닌 합당한 책임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에는 개인이 홀로 대응하지 않고 기관이 원칙에 따라 대응하며, 경기도와 31개 시군이 공통된 민원 응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자치혁신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도민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려면 공직자 역시 존중받는 동료로 인정해야 한다”며 “공직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민관 간 상호 존중을 제도화하는 한편, 개인의 인내에 의존하지 않는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도민 만족과 공직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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